지난 수요일, Wednesday the 13th 2013 에 보고 온 Wednesday 13 공연 후기. 사진만 올려두고 계속 미루다가 이제야 쓴다.
이 공연은 작년부터 W13 이 "내년은 2013년, 나의 해.! 게다가 너네 그거 아냐, 3월엔 13일의 수요일이 있어.! 기념으로 런던 공연 함.!" 이라고 대대적으로 자랑(?) 해서 노리고 있었는데, 작년 말부터 2월까지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지내서 완전히 잊고 있었었다. 그러다가 웹서핑 도중 W13 투어 관련 포스터를 보고 그제서야 아차 싶어서 검색한 후 바로 티켓 구입. 지난 Murderdolls 앨범(Women and Children Last) 이 발매된 이후로 급속도로 인기가 높아지기 시작한 밴드라 가격이 높아질 만도 한데, 착하게도 공연 티켓은 아직까지 20 파운드가 안 된다. Eventim 에서 예매했는데 수수료 + cancellation protection fee 까지 해서 19 파운드였던 거 같다. 살짝 실망했던 점은 포스트로 받는 게 아니라 직접 픽업하는 걸 택했더니(postage 가 3 파운드라서 --;) 제대로 된 종이 티켓이 아니라 마치 영수증같은 걸 줘서...그나마도 주머니에 구겨넣었다가 다른 영수증들하고 함께 버린 듯;
이번 공연은 O2 Academy Islington 에서 했는데, 몇번 갔던 곳이고 Angel 주변은 워낙 잘 알아서 찾아보지도 않고 그냥 편하게 갔다. 얼핏 찾아보니 서포트가 Sister 라는 밴드라길래 '늦게 가도 되겠군' 해서 정말로 느지막하게 갔는데도 + 입구 가방 검사에서 몇가지가 걸려서(이 이야기는 맨 아래에 추가), 화장실 들르고 cloak room 에 짐 맡기고 하느라 늦장 부렸는데도 불구하고 들어간 공연장에선 아직도 Sister 가 공연 중이었다.
뒤쪽에 서서 맥주 마시면서 보다가 심심해서 한장 찍은 사진. 이 밴드 공연도 괜찮았다. 기대를 전혀 안 해서 그런 지... W13 에게 아주 강한 영향을 받은 듯 했고, 심지어는 비슷한 기타 리프도 가끔 들렸다. 겉모습은 제대로 못 봐서 몰랐는데 나중에 CD 사서 보니까 Motley Crue 비슷한 모습.
돌아오는 튜브 건너편에 W13 티셔츠 입은 팬이 앉길래 그 조용한 튜브 안에서 서로 awkward 하게 바라보다가;; 내가 "공연 좋았지.?" 라고 말을 건네서 얼마간 이야기했는데 이전에 서포트 중 Black Veil Brides 라는 밴드 언급이 나왔었다. 개인적으론 굉장히 안 좋아하는 밴드인데...하고 나오는 건 Murderdolls, Motley Crue 베낀(rip off) 거면서 음악은....궁금하면 직접 확인을. 아무튼 겉으로만 보면 그 밴드와 비슷해 보이지만 개인적으론 음악 면에서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Sister 공연 끝나고 나와서 merch table 에서 CD 를 사려고 하는데 담당 판매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옆에서 시끌시끌 하길래 보니 검은색 긴 머리의 키 큰 남자가 나와 비슷한 키의 금발 긴 머리 + 수염을 한 남자에게 "Wiking.! Wiking.!" 하고 있었음. 난 단번에 'Viking 말하는 건가 -_-' 싶었는데 상대방이 전혀 못 알아듣고 "What.? What.??" 하길래 흥미롭게 지켜보다가 "You mean 'Viking'.?" 하니 그제서야 "AH YES.! VIKING.!" 하고 ㅋㅋㅋ Norway 출신이었는데 V 를 W 로 발음하는 게 재미있었다. 상대 금발은 Irish. Half Scottish Half Korean 으로 소개하니 그 Norwegian 은 또 흥분해서 "Scottish.! I love Scottish people.!" 이라고 -_-;;; Irish 랑 대화 좀 하다가 담배 피우러 나가는데 같이 갈래? 해서 같이 나가서 그 loud Norwegian 을 포함해 밖의 펜스 쳐진 곳(= smoking zone) 에 들어가 담배 몇대를 연속으로 피웠다. 다행히 날씨가 월요일만큼 춥지 않아 들고 있던 카메라를 가죽 자켓을 벗어 그 안에 숨기고(이 이야기도 맨 아래에 다시...) 있을 수 있었음. 참고로 자켓 안엔 sleeveless 였다.
다시 들어와서 여느 때처럼 앞으로 전진할까, 하다가 베뉴도 별로였고, 카메라도 커서 차라리 뒤쪽에서 여유있게 보면서 사진 좀 찍기로 결심. 사실 이 날 마음속으로 '다시는 큰 카메라 안 가지고 와야지' 하는 생각을 한 지라, 아마 W13 공연에서 사진 찍는 건 작은 컴팩트가 아닌 이상 이 날이 마지막이 될 듯.
새 앨범 The Dixie Dead 가 곧 나오는 지라 새 곡들을 몇곡 연주해 줬다. 사실 지난 앨범은 공연 중에 들었을 때 별로 귀에 감기는(?) 게 없었는데, 이번 신곡들은 전부! 듣자마자 따라부를 정도로 캐치하고 마음에 들었다. 어서 pre order 한 앨범이 오기만 기대 중.
그러한 신곡들 중 두번째로 마음에 들었던 곡인 Hail Ming. 코믹스 팬들이라면 어느정도 눈치챘을 거 같지만, Flash Gordon 시리즈에 나오는 Ming the Merciless 에 대한 곡이다. 워낙 B/horror movies, cartoon/comic 팬인 W13 이라 여전히, 그리고 꾸준히 이런 레퍼런스들을 이용해 곡을 만들어 주는데 나로선 고마울 뿐. 이 곡도 역시 굉장히 캐치하고 곡 구성 자체도 마음에 든다.
SHOW NO MERCY, DESTROY, DESTROY.! HAIL MING.!
신곡들 중 정말 열광하면서(처음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따라 부른 건 이 곡, Get Your Grave On. 후렴구의 "it's a grave, it's a grave, oh baby" 가 계속 머릿속에 남아서 찾아봤더니 누군가 고맙게도 올려놓아 다시 제대로 들을 수 있었다.
Am dyin' just to hear you say...Life's a grave now DIG IT, baby.!
새 앨범 타이틀과 동명인 The Dixie Dead. North Carolina 출신인 W13 은 한때 Bourbon Crow 라는 밴드로 country rock album 도 냈을 정도로 남부 문화를 가끔 접목시키곤 하는데, 역시 그쪽에 관심 많은 팬으로서는 기쁘고 고맙다. Dixie 는 U.S of A 의 남부, 즉 southern states 를 가리키는 말로, 어원을 몰라 찾아보니 Wiki 의 첫번째 설명으로 "French 의 영향을 많이 받은 Louisiana 의 화폐 중 10 dollars note 에 쓰인 Dix 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Dix 는 French 로 ten 이라는 뜻" 이라는 설명이 있다. 곡은 (당연하게도) Dixie + (un)dead 를 합친, 남부를 배경으로 한 언데드/좀비 이야기.
Now load it, load it, make your bet. Beware the Dixie dead, Dixie dead...
그리고 앵콜을 하러 나온 W13. 역시 top hat 을 쓰고 나왔다. 요새는 예전같은 퍼포먼스는 잘 안 하는데, 그래도 이런 작은 소품을 아직 이용해 주니 그 점은 고마움. 사실 예전엔 정말 최고다 싶을 정도로 다양하게 소품도 많이 활용하고 퍼포먼스도 했었는데 살짝 아쉽긴 하다. 특히 I Love To Say Fuck 의 FUCK 을 적은 검은 우산 (02 03) 이라던가, 직접 커스텀해 만든 마이크 스탠드라던가, R.A.M.B.O. 라는 곡에서 꼭! 들고 나와 관객들을 조준하던 기관총/라이플 모형은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어서 아주 많이 아쉽다. 혹은 이런 거 라던가... 거기에 비하면 요새 라이브 모습은 많이 미니멀해짐. 뭐 W13 개인적으로 힘든 몇해를 넘기고 바뀐 거라 그 변화가 불가피했다고 생각하긴 한다. 자세한 개인 사정은 모르지만, 인터뷰들을 보고 읽은 걸로는, 몇년 전 고비를 넘기고 정말 아무것도 없이 수트케이스 하나만 들고 호텔에서 머물 시절이 있었는데... 그 때를 시점으로 많이 미니멀해진 듯.
그래도 어떤 곡들은 길게는 17년이 되어가는 오래된 곡임에도 아직까지 라이브에서 연주해 주는 것이 굉장히 고맙다. 사실 몇년 전 W13 가 사이드 밴드들을 여러 개 할 시절(= 방황기 = 힘들었던 때)에 보았던 Gunfire 76 공연에서 난 예전 곡들을 안 해주는 게 조금 원망스러웠었는데, 그 때는 상대적으로 굉장히 인기가 낮았던 때고, 뮤지션 입장에선 올드 넘버를 되풀이 하는 것보다, 완전히 다른 음악을 연주하는 Gunfire 76 의 곡 위주로 셋 리스트를 짜는 게 당연했던 거 같다.
사실 마지막 곡은 이게 아니라 Bad Things 였지만, 사진 찍은 건 I Love To Say Fuck 까지. 사진 보면 눈치 챌 수 있지만, 이 곡은 W13 이 지시한 대로(!) 관객 전부가 목청 높여 I LOVE TO SAY FUCK.! 을 외치며(혹은 나를 비롯한 대부분은 노래 전체를 따라부르며;) 하늘 높이 fuck you sign 을 devil horn 대신 올려진다. W13 의 조크를 모르는 사람들은 곡 제목만 보고 vulgar 라고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지만...fuck 'em, we love it. '멋있어 보이려고' 혹은 '센 척 하려고' fuck 을 남발하는 게 아닌, 정말 인생이 뭐같아서 비꼬아 쓴 가사라서 더 공감이 간다.
Well I hope I don't offend you, when I say the word FUCK.!
그 중에서도 모두가 가장 크게 따라 외치는 구절은 역시:
And I don't care if you're my mother, or my motherfucking father
(see the pun there.?)
I love to say when I'm driving in my car
FUCK when I'm walking in the fucking park
FUCK YOU if you don't like what I say
I love to say fuck every fucking day, oh yeah
(그리고 이젠 라이브에서 빼놓고 안 하지만 가장 마지막의 기막힌 pledge of allegiance 패러디)
One nation under fuck, with liberty, fucking justice for all...
아무튼 공연이 끝나고 나는 바로 베뉴를 나와 튜브와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공연 보고 왔는데도 00시가 안 넘어간 건 처음.!
위에서 베뉴 이야기를 하다 말았었는데... 이날 나로 하여금 O2 Academy Islington 은 마지막으로 오는 거라고 결심하게 해 준 소소한 사건(?) 들이 있었다. 우선, 들어가기 전에 가방 검사를 하는데 유난히 꼼꼼하게 보더니 우선 포켓 위스키 병이 걸렸고(I know that was a cheeky one), 카메라 가져간 게 너무 크다고 -.- 사용 못할 거라고 했다. 내 카메라는 2006년에 출시된 렌즈 교환도 안 되는, 비디오도 HD 촬영 불가능한, 요새 스마트폰보다 훨씬 못한 베이직한 카메라인데..... 라고 항의하자 알았다고 패스는 되었다. 위스키는 내가 농담섞인 진담으로 "나중에 픽업 가능.?" 이라고 물으니 이 두 진지한 스탶들은 대놓고 비웃으며 "아니." "정 그러면 어디 숨기고 오던가..." 라고 하길래 정말로 어디 가서 숨기고 왔다. -_-; 어디다 숨기지 하다가 근처 빌딩 skip 이 두어개 있길래 skip 아래에 잘 두고 왔다. (나중에 공연 끝나고 갔더니 skip 은 수거되고 사라졌는데 위스키는 그대로. ㅋㅋ) 지겨운 캐치 프레이즈인 "I'm not a racist, but..." 을 또 말하긴 싫지만, 정말로 인종/출신 별로 일 처리하는 방식이 다르긴 다르다. 앞서 말한 저 스텦들은 Oriental, 즉 Far East Asian 계였다. Asian 얼굴만 보고 국적을 파악하는 건 내겐 불가능해서; 어디 출신인 지는 몰라도...아무튼 굉장히 조크도 안 통하고(혹은 '그들만의' 조크가 있고) 까다로운 사람들이었음. 이어서 이야기 할 다른 스텦은 단호하게 안되는 건 안된다고 잘라 말했지만 유머감각도 있었고 어느 정도 융통성 있게 봐주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입장했고, 영수증 같은 표 같지도 않은 표를 받아 일단 화장실에 다녀온 다음, 여유 있게 cloak room 에 가방을 맡기고 담배를 한대 피우러 나가려고 입구에서 스탬프를 찍어 주던 스텦에게 갔다. 그런데 이 스텦이 도장 찍어 주기도 전에 "You got a photo pass.?" 라고 묻는 것. "A photo what.?" 이라고 되물으니 패스 가진 사람 아니면 이런 카메라는 사용이 금지라고 하는 거였다. Oh fuck. 당황해서 유치하게; "저기 스텦들은 된다고 했는데.! 이거 그냥 컴팩트 카메라인데.! 요새 스마트폰이 이것보다도 낫겠다.!" 라고 항의했으나, 최대 화각?이 35mm 라고 안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럼 cloak room 에 맡긴 가방 찾아서 거기 넣어도 되냐." 라고 물어봤더니 그러라고 해서 일단 줄 서서 기다림. 한 5분 기다리다가 이게 뭐 하는 짓이지 싶어서 그 스텦 안 보는 사이에 상황을 잘 모르고 있던 다른 계단 지키는 스텦(이 작은 베뉴에 대체 스텦이 몇명이야...)에게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음 화장실 위층에 있지.?" 하고 물어서 재빨리 올라갔다. 그리고 중간에 담배 피우러 내려올 땐 그 Irish 가 자기 자켓 안에 카메라 숨겨서 같이 내려가 줌. 물론, 그 스텦은 내가 카메라 안 맡기고 도망(--;) 갔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내심 잡으러 오면 어떻게 하지 -_- 하는 걱정도 1분 정도 했었는데 아무 일 없길래 그냥 마음놓고 즐김. 나중에 공연 끝나고 나오는데 내려가는 계단 앞을 그 스텦이 지키고 가이드하고 있는 걸 늦게 봐서 미처 숨기지 못한 카메라를 뒤로 애써 숨기려 노력하며 지나가자 내게 아무 일 없다는 듯이 "Good night, yeah, I knew you had a camera." 라고 뼈 있는 말을 던짐. ㅎㅎㅎ
내가 차라리 DSLR 같은 고화질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를 가져갔다면 자진해서 반납했을 텐데, 그것도 아니고 7년도 전에 나온 컴팩트 카메라여서 + 사실 반항심에 더 굳이 도망갔던 건 맞다. 이날 mosh pit 마저 없던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얌전한 공연이어서 다행(?) 이었지, 앞으로는 무거운 카메라 같은 건 안 가져가고 바로 앞으로 뛰어나가겠지만... 어쨌거나 이런 저런 요소들이 겹쳐서 O2 Academy 는 앞으로 방문 안 할 계획이다. 일단 맥주가 너무 비싸고(4.50 파운드) 사운드도 뭐 다른 곳에 비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시설은 베이직한데 다른 작은 공연장들에 비해 룰이 너무 많고 까다롭다는 게 요점. 공연 하나 보는데 이렇게 룰이 많아야 하나 싶다. 보러 온 사람들도 거의 다 20~40대인데다 다들 drug --; 같은 건 안하고 펜스 안에서 얌전하게 모여서 담배나 피우고 들어가 공연 즐기는 타입이었는데 말이다.
아무튼, 기나긴 후기는 여기서 마무리를. 미국 밴드라 1년에 한번 꼴로 오는 W13 이지만, 이번 Halloween 때도 와 주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제발 그 때는 다른 곳에서 공연하길...



덧글
트렌드 2013/03/19 06:19 # 답글
어떻게 반응했을까 갑자기 궁금해지내요.
Reverend von AME 2013/03/19 06:39 #
2013/03/19 15:35 #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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